트라우마는 말하자면 오래된 커피 얼룩같다. 테이블을 아무리 닦아도 그 얼룩은 사라지지 않고, 빛에 따라 미묘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끔은 잊고 지내지만, 어떤 날은 그 얼룩을 보며 한참 동안 멍하니 있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묻는다.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안고 살아가야 할까?"
이건 마치 오래된 골목길에서 길을 잃고 같은 장소를 계속 맴도는 기분과 비슷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다가도, 이내 모든 길이 똑같아 보이는 순간이 온다.
트라우마를 '극복'한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주로 그것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상상일지도 모른다. 기억이라는 건 고무줄 같아서, 아무리 잡아당겨도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마치 꿈속에서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안고 살아간다'는 건 조금 더 현실적이다. 그것은 아마 트라우마와 나란히 걷는 일에 가깝다. 트라우마는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있고, 나는 그것을 의식하거나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때로는 조용히 그것과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래, 너 여기에 있었구나. 하지만 오늘은 조금만 조용히 있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도, 쉽게 길들여지지도 않는다. 그저 그 존재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뿐이다.
어쩌면 중요한 건 '이겨내기'나 '받아들이기' 같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저 매일 조금 더 편안하게 숨을 쉬는 일일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나도 그 자리에 서서 그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렇게 오늘도 나는 그 커피 얼룩 위에 새로운 컵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해."
'건강 말해뭐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명상을 하는 방법 (0) | 2025.01.12 |
---|---|
3년차 만성 기침 : 언제나 오늘도 늘 그렇듯이 나와 함께 한다. (0) | 2025.01.09 |
자기 연민과 자기 자비(Self-compassion) (0) | 2024.12.08 |
오래간만에 만성 기침 업데이트 | 약이 늘었다. 항생제 3일치 처방 받았다 (0) | 2024.10.22 |
비타민D 10000IU 고용량 섭취 시 부작용| 비타민D를 복용한 뒤로 몰려오는 졸음.. (0) | 2024.09.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