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한 20년,
그동안 내가 배운 것들.
2005년 1월, 두리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5년이 다가오고, 나도 이제 20년 차 견주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매년 강아지들이 나이가 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아직도 내가 모르는게 많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그래도 20년이나 같이 지냈으니, 반려견과 같이 살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를 해본다.
1.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두리가 우리 집에 온 건 사실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준비도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첫해에는 정말 많이 해맸다. 동물병원에 가서 강아지 치약을 사람용으로 써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20년을 반려견들과 함께 하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두리 보리 콩이를 키운 것을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겪은 무거운 책임감과 크고 작은 사건들을 돌아보면 '키우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때는 진짜 정말로 제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얘네들이 눈을 감을때까지 지켜줄 자신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2.시작을 했다면 균형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다면, 무엇보다 현실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위해 매달 몇 백만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금전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사람도 동물도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돈이 없으면 어려움이 생기니까.
이건 되게 슬픈 예인데.. 강아지 아프면 병원비가 큰 부담이 된다. 병원에 가기 전에 치료비를 대략적으로 예상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강아지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내가 직접 결정을 해야될 때가 제일 속이 썩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강아지들에게 맞춰 살다보니 어느순간 현타가 온적이 많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 반려동물의 삶과 내 삶을 적당히 분리하는 것이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3.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자.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동물이 아플때는 누구나 극심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 역시 두리와 보리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까지도 하루라도 더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돌보았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나니, 과연 얘네들이 정말로 원했던건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의 삶의 질을 유지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가족의 품에서 편히 눈을 감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발 아프다고 버리지 말자.
요즘 내 인스타그램에 유기견 관련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그래서 이 글을 써보고 싶었다.
반려동물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 또한 너무 중요하다. 내가 무너지면 얘네들의 세상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가끔 사람들이 '강아지나 키울까?'라고 하는 말들을 무심코 들을때마다, 이런 가벼운 말들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물론 그건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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