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강아지가 내 옆에 앉아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파 한 끝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다.
숨을 쉴 때마다 작은 갈비뼈가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간다. 그렇게 작고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데도 이 작은 생명체는
나에게 놀랍도록 무한한 힘을 준다.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키고, 때때로 목욕을 시킨다. 물론 떄로는 소파를
물어 뜯거나 신발 한 켤레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강아지가 나에게 주는 '힘'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어떤 날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조그마한 동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힘을 가지고 오는 걸까? 뼛속까지 작고,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가벼운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나의 하루를 지탱해준다.
강아지는 시간을 잃지 않는다. 사람처럼 '내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하지도 않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에만 충실하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그 순수함과 투명함은 때때로
인간이 도저희 흉내낼 수 없는 경지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사람은 그런 모습에서 힘을 얻는게 아닐까? 작은 강아지가 아무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 아무런 계산없이 내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건 가끔 우리를 아주 강하게 만든다. 세상에 지쳐 버렸을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꼬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만으로도 모든 피로가 스르르 녹아버린다.
강아지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묻지 않고, '힘내 괜찮을거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작은 몸을 내 무릎에 올려 놓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가 담겨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강아지는 사람이 주는 사랑을 받기만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아지가 주는 사랑은, 사람이 주는 사랑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직접적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사랑. 그것은 마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느닷없이 내리쬐는 가벼운 봄바람과 같다.
사람들은 가끔 이런 작은 생명체가 자신을 얼마나 구원했는지, 얼마나 많은 힘을 주었는지 잊고 산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알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강아지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눈빛 속에 담긴 믿음과 사랑이 나를 지탱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
강아지는 그저 강아지일 뿐이다. 누군가의 멋진 인생 계획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도 아니고, 영웅담의 주인공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이 작은 생명체는 아무말 없이 내 곁에 누워있다. 작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고, 가끔씩 발가락이 움찔 거린다. 그 작은 존재가 오늘 하루 나에게 준 힘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결국 강아지라는 존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 같다.
'괜찮아. 나는 네 곁에 있어'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정말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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