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폈고 두리는 없다.

두리가 떠나고 다시 벚꽃이 피는 계절이 찾아왔다. 두리가 떠나기 전에 벚꽃만 같이 보고 떠나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줬다. 벚꽃이 뭐야, 철쭉도 같이 봤지. 

 

생각해 보면 두리는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살다 갔다. 내가 두리였으면 그렇게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살다가려고 했을까? 대단했던 우리 두리.. 너무 보고 싶다. 

 

 

벚꽃만 피면 매일 산책때 여기 와서 두리 사진을 찍었었다. 이 근처에 골프 연습장이 있는데 콩이는 골프공을 치는 소리를 너무 무서워해서 이 쪽으로는 못 온다. 

 

 

오늘 두리랑 다니던 산책길을 걷다가 왔는데 어찌나 마음이 허전하던지 눈물이 다 날뻔했다. 

 

 

이번에 콩이 사진을 찍어줄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조금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올 해도 우리는 벚꽃과 사진을 남겼다. 강아지들은 나이가 들수록 귀여움이 배로 증가하는 거 같다. 요즘 콩이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두리가 떠난 후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내가 꾸던 꿈에서 두리는 항상 편안해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리가 꿈에 안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잘 쉬고 있다는 뜻이겠지? 

 

알고리즘 덕분에 인스타그램에 두리를 닮은 강아지들을 종종 보게되는데, 그럴 때마다 두리는 세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번만 두리를 만나서 꼭 껴안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싶고 같이 벚꽃 아래서 사진도 찍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부도 물어보고 싶다.  그럼 두리는 잘 지냈다고 내 얼굴을 막 핥아 주겠지? 상상만 해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