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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대학병원에 다닐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

by heyuable 2022. 12. 18.
대학병원에 다닐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

이제까지 나의 인생을 살면서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일이 종종 있었다. 

 

어릴 때 두통이 반쪽만 생기고  피곤함이 지속되면 얼굴의 반이 찌릿하며 더 심하면 혀의 반쪽이 저릿한 증상을 겪었다.  희한한 증상 때문에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pexels.com

 

MRI를 촬영하고 뇌가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고 심하게 걱정되는 마음에 그 후에 뇌 MRI를 두 번 정도 촬영했다. 

 

마지막 MRI 촬영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는데 뇌 사진에 자그만 점들이 있어서 혹시 종양인가 해서 물어봤더니 이건 그냥 멍 같은 거라며 자세하게 설명을 안 해줬다. 뇌에도 멍이 생기나?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그 의사가 나에게 한 말이 10년이 지나도 안 잊혀진다.

 

'그냥 큰일 아니니 행복하게 잘 사세요' 

 

10년 전에도 MRI는 꽤 비쌌는데 그 비싼 MRI를 찍고 행복하게 살라는 소리나 듣고 왔으니 화가 났다. 

 

 


근래에는 무릎의 종양 수술을 한 지 2년 차라 추적검사를 하러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안타깝게도 재발이 잘 되는 질환이라 담당 의사에게 MRI를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갑자기 얼굴이 불그락 거리면서 엑스레이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왜 굳이 비싼 MRI를 찍으려고 하는 거냐며 나를 몰아세우며 말하기 시작했다. 

 

'MRI가 백만 원이에요! 아세요?'

 

알지 내가 모르나..? MRI 한두 번 찍어보는 것도 아닌데..? 그저 2년이 되었고 내가 가진 질환이 2년째 재발이 잘 되는 듯하고 내가 요즘 무릎에 통증을 종종 느껴서 걱정이 돼서 말을 꺼낸 건데 의사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 건지 내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듯했다. 

 

그렇게나 MRI를 찍고 싶냐고 강경하게 말하는 의사의 태도에 얼이 빠져서 잠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중에 그 의사는 나에게 다시 한번..

 

 

'대답하세요! 찍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만 가면 세계 최고 머저리가 되는 나... 그저 예..라고 대답하고 내년 1월 검사와 결과 확인 진료를 잡고 왔다. 

 

병원을 나설 때부터 화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배는 고파서 눈비가 오는데도 병원 근처의 백화점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회냉면을 시켰다. 

 

아니 근데 내가 화가 난 상태라서 그런지 회냉면 맛이 똥맛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청승맞게 눈비를 맞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집에 도착한 후 예약했던 검진과 진료를 취소했다. 

 

그 의사의 행동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이 정도이다. 고객의 소리에 의견을 올릴까 했지만 나의 작디작은 의견이 대단한 위치에 있는 대학병원 의사가 신경이나 써줄지, 그리고 혹여나 나중에 내가 재발이 돼서 다시 그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불이익이 올까 봐 여기까지만 했다. 

 


 

그 많은 돈을 내고 대학병원에 가는 이유는 환자마다 다르겠지만 아무튼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서 일 텐데... 매번 갈 때마다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2분도 안 봐주는 진료와 가끔은 병명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의사의 태도에 화가 나고 또한 이번에 나를 담당해주던 의사같이 막말하는 의사를 만날 때면 어쩜 대형병원 의사들은 공감능력이 이렇게 떨어질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전국의 다양한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니 무미건조하게 짧고 의사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진료를 끝내야 하는 시스템인 건 이해는 하겠는데 적어도 이번 같이 윽박을 지르며 강압적으로 말하는 의사는 다시는 안 만나고 싶지만 싫어도 이런 의사를 만날 수 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이 싫다. 

 

2023년에는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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